요즘엔 아무도 휘파람을 불질 않습니다. 저마다 고유한 목소리와 고유한 억양을 가지고 서로가 어떻게 다른지만 이야기합니다. 그 사이로 혼자 부는 휘파람은 금세 묻혀버립니다. 나는 그래도요- 쉬지 않고 휘파람을 불겠습니다. 모두가 동시에 침을 삼키고, 숨을 고를 때 찾아오는 정적 그 잠깐의 틈에라도 닿을 수 있을지 모르니까요. 하물며 이름 없는 소리에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해도 괜찮습니다. 유일하게 당신과 나를 구별할 수 없는 소리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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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우리가 마주 앉아 함께 휘파람을 불면 거기엔 나도 없고- 당신도 없는 겁니다. 휘파람은 누가 불어도 같은 소리를 내는데, 너와 나라고 구분 짓던 것들.. 가령 나는 머리카락이 짧고- 당신은 길다는 게 무슨 소용인가요?. 어린아이들이 벌거벗고도 서로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걸 보면 우리는 단지 너무 늦게 만난 것뿐입니다. 앞으로 더 긴 시간이 우리 껍데기 위로 쌓이고, 점점 다른 모양새의 옷을 입게 되어 영영 함께 놀 수 없다고 해도.. 휘파람 부는 법만큼은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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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아래 전화번호를 적어두겠습니다. 긴 수화음이 이어지고 떨리는 목소리로 여보세요- 하기 전에, 나는 휘파람을 불겠습니다. 당신도 부디 부끄러워 말고 휘파람을 불어주세요. 그렇게 서로가 좋아하는 곡을 하나씩- 선물하고 그만 수화기를 내려놓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또 당신과 나는 목소리도 모르는 사이로 남겠지만 같은 소리, 같은 마음이라는 것 하나로 충분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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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당신께 기억되지 못할지어도, 기꺼이 고통스러운 숨을 들이마시고 아름다운 소리를 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