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창밖 건물들에 닿기 시작하면 금이 간 창문 앞에 의자를 놓고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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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유리 틈 사이 빛의 굴절로 생겨난 작은 무지개를 손 위에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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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줌의 무게도 없지만, 손에는 온기가 느껴져 나는 오래도록 이 촉감을 기억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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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통해 세상을 보고, 느낀다는 건 이런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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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널 만나기 전의 나는 곧잘 혼자 여행도 다니고,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들으며 자연스레 따라오는 적당한 감동을 느끼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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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지금의 난 네가 원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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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마음조차 너에게 닿으면 힘껏 사랑으로 굴절되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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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이 간 창문은 너. 나는 그 틈으로 들어가 작은 무지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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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백색의 빛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