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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내일은 나를 태워 당신을 비추세요.
작성자 postershop (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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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22-03-02 16:4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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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822

당신은 왁자지껄 떠들다가도.. 문득 홀로 있는듯한 표정을 합니다. 그런 당신 볼 때면 나는 불현듯 커다란 태양과 지구를 떠올리게 됩니다. 끝을 모를 만큼 거대한 지구도 어느새 태양 앞에 서면 한없이 작은 존재로 전락하듯- 어쩔 때엔 당신 안에는 당신이라는 존재가 지나치게 커다랗게 자리 잡고 있어 항상 옆을 맴도는 나의 존재를 느끼지 못하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가엾은 태양. 그는 자신 주위로 수많은 생명들이 얽혀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요? 어두운 우주에 덩그러니 놓여- 자신 이외의 존재를 찾고자 끊임없이 육신을 태우고, 빛을 내어 주위를 밝힐수록 오히려 자신의 몸집만 커져간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요? 그렇게 태우고, 태우다 결국엔 하얀 백색왜성이 되어버리고- 끝끝내 한줄기 빛도 내지 못하는 검은 암체 [暗體]가 되어 죽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을까요? 오래전부터 이미 누군가에겐 아침이었고, 다시 새벽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까요?

아, 오늘은 당신께서 그어둔 선이 손에 잡힐 듯 아주 선명하게 보입니다. 그 위로 단 한 발자국만 더 내딛어도 집어삼켜질지 모를 일이지만.. 당신을 그곳에 혼자 둘 수가 없습니다. 초라한 이 밤이 끝나거든 그 선 넘어 당신을 힘껏 안겠습니다. 단 일초라도 좋으니 내가 품고 있는 작은 새소리와 거칠고 차가운 파도와, 바람과 들꽃의 일렁이는 춤을 바라봐주세요. 나는 금세 당신의 중력에 못 이겨 그대로 부서지고, 흩어지겠지만 당신께서 흩뿌려온 빛이 여태 무엇을 비추고 있었는지 기억해주세요.

당신 체온으로 겨울 쌓인 눈 녹이고 작은 꽃 피울 수 있었으니, 내일은 나를 태워 당신을 비추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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