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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몬순. 그 한가운데서 편지합니다.
작성자 postershop (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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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22-06-29 14:3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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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488

몬순. 그 한가운데에서 편지합니다.

4월의 긴- 장마를 찾아 나는 이곳에 왔습니다. 오늘도 땀이 옷을 적실만큼 무덥습니다. 목이 말라도 미지근한 물 뿐이니 그다지 소용이 없고, 음식도 입에 맞질 않아 사다둔 과일 몇 개만 깨작거릴 뿐입니다. 티브이를 틀었지만 천장에 부딪히는 빗소리에 가려지니 도무지 알 수가 없고.. 하는 수 없이 잠에 들고자 하면 작은 벌레들이 저를 가만두질 않습니다. 게다가 전등의 필라멘트는 아주 가냘프고, 힘이 없어 종종 한낮에도 불이 꺼져 당황하게 합니다. 그런데 나는 이런 곳에서 겨우 숨을 쉽니다.

몬순. 나는 몬순이 좋습니다. 이곳에서 나는 이상한 사람이 아니어서 일까요. 아무도 믿어주지 않겠지만- 사실 당신을 잃었을 때 왜인지 슬프지가 않았습니다. 무덤덤한 표정을 하고 있는 내가 소름 끼칠 뿐이었습니다. 마지막 인사를 하고 돌아오는 길엔 꽃이 피어있었는데 우습게도 그걸 보고 이쁘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이런 내가 매스꺼워 속에 있는 것을 모두 게워냈습니다. 멍이 들도록 세게 꼬집어봐도 눈물이 나오지 않는데, 나는 어떻게 해야했나요. 그리고 조롱이라도 하듯 해는 끈질기게 비추고.. 부끄러움만 벌겋게 드러나 어디론가 도망가야 했습니다.

며칠째 비가 세차게 옵니다. 이곳 사람들은 우산을 써도 젖는 걸 아는 모양인지 잘만 걸어 다닙니다. 그러니까, 비를 맞는 게 대수롭지가 않은 곳입니다. 이젠 나도 일부러 우산을 두고 외출을 합니다. 그렇게 한참을 비를 맞다 위를 쳐다보면 움푹 파인 눈두덩이로 빗물이 고이는데, 이내 볼을 타고 쏟아지는 게 마치 눈물 같습니다. 내가 흘리지 못하는 것들을 비가 대신하는 겁니다. 앞으로 몇 달은 더 비가 내릴 걸 압니다. 나 대신 울어주는 몬순이 끝나면 그때 좋아하시던 꽃 들고 찾아가겠습니다.

늦은 인사에도 부디 반가워해주세요. 그럼 날이 맑아도 나는 괜히 위를 쳐다보고.. 몬순 그 한가운데에 있는 양 눈물 뚝뚝, 흘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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