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멀지도 않은 곳으로 떠나는 날, 현관을 나서려다 괜히 뒤돌아 불이 다 꺼진 집안을 둘러봅니다. 이내 ‘괜찮겠지’ 하면서도 문이 닫히면 마음은 또 바빠집니다. 계단을 내려가면서도 챙기지 못한 게 있을까 다시 한번 기억을 되짚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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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떠나는 일에는 준비가 필요합니다. 얼마나 멀리, 얼마나 오래 떠날지 생각하며 그에 맞게 이것저것 챙겨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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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물건들뿐 아니라 마음이 특히 그렇습니다. 가령, 금요일에 떠나는 여행에 필요한 마음과 월요일에 떠나는 여행에 필요한 마음은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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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오늘 우리는 평소보다는 조금 더 긴 여행에 필요한 마음을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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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중간 마실 물을 챙기고, 여분의 양말을 준비하듯 우리 마음이 긴 여행에 지치지 않도록 좋은 음악을, 영화를, 소설을 준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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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여행이 끝나는 날 기쁘게 만납시다. 오랜만에 만난 서로를 안아줍시다. 지난날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함께 이야기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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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과 글은 서로를 위해 거리 두기를 하고 계신 여러분들에게 보내는 작은 물 한 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