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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유난히 밤이 깊다.
작성자 postershop (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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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22-03-02 16: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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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86


… 유난히 밤이 깊다. 날이 추워질수록 더 진하고, 무거운 밤이 찾아올 것을 안다. 이 말은 날이 추워질수록 너와 별을 보고자 이름 없는 산어귀로 떠났던 날의 기억도 더 또렷해진다는 의미다.

어두운 게 싫다. 나만 그런가? 대체로 어둠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이 없을 거라 누누이 나를 변호했지만, 그런 건 차치하자. 도시의 익숙한 빛들에서 멀어지면 보이는 거라곤 검정과 더 진한 검정뿐이다. 이런 먹먹한 풍경 앞에 설 때면 어김없이 오금이 저렸다. 빠른 발걸음으로 익숙지 않은 어둠을 피하고자 했다. 이런 내 손을 잡고 더 깊은 검정 속으로 향하던 넌 마치 어둠에서도 색을 볼 수 있는 사람 같았다.

의지하는 거라곤 작은 핸드폰 불빛뿐이 되었을 때, 나는 덜컥 겁이 나 인제 그만 돌아가자 했다. 하지만 넌 빛을 보기 위해서는 빛과 더 멀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러니하지만 오물오물 씹어 볼수록 이해가 가는 말인지라, 애써 나를 다독일 수 있었다. 그러다 앞서가던 네 그림자가 더는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둠이 깊은 곳에 도착했다. 그날 처음 보았던 무수히 많은 별빛을 이 검정 연필로 다 옮길 수 없으니 더 자세히 적지는 않겠다.

중요한 건 지금이다. 그곳의 상황은 연신 보도되는 뉴스들로 잘 알고 있다. 널 환히 비추던 빛들을 하나 둘 잃어가고 있는 네가 나는 걱정이다.아침 산책마다 빈 물병을 열어 새벽 향 밴 공기를 담아보려는 바보 같은 모습을 기억한다. 기억을 못 할지라도 마주치는 많은 사람에게 인사를 건네던 넉살 좋은 목소리를 기억한다. 자주 가던 카페와 서점 직원이 드디어 널 알아보기 시작한다며 급히 내게 보낸 편지, 그 위로 굴러다니던 못생긴 글씨체를 기억한다.

그런 너의 밤은 유난히 짙겠구나. 하지만 내 걱정은 여기까지다. 사실 널 걱정하는 것은 어찌 보면 나의 오만일지 모른다. 네 말처럼 너는 밤이 오면 캄캄한 어둠이 아니라 빛에 가려 보이지 않던 다른 빛을 보고 있지 않을까. 그래. 다음 편지에는 네가 어떤 별을 새로 발견했는지, 또 어떤 우스꽝스러운 별자리를 그려보았는지 써주면 좋겠다. 그러면 나도 용기 내 다가올 겨울밤 떨지 않고 바닥이 아닌 하늘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널 닮고 싶은 난, 앞으로 깊은 밤이 찾아오거든 단지 별 보러가 가기 좋은 때가 왔다 생각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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