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은 도대체 무슨 말이길래 당신을 자꾸 새하얗게 만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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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지나 당신과 더 이상 부모 자식이 아닌 친구가 되어 기쁘지만, 나와는 달리 당신의 사계는 너무 이르게 지나가버렸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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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의 계절, 내 나이쯤엔 당신도 글을 쓰고 시를 쓰고 편지를 썼다는 말이 처음으로 앳된 당신 모습 떠올리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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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당신 모습, 그리고 여름의 당신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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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하나 그러라 일러주지는 않았겠지만, 나와 누이가 태어나니 애써 따스한 모든 계절을 고이 접고 이른 겨울을 맞이하며 어떤 생각을 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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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많던 소년에게 눈이 펑펑 내리니 얼마나 추웠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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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고 있던 소설책도, 편지지도, 몇 개의 펜도 결국엔 난롯불에 던져지고.. 그 온기로 간간이 버티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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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재가 되어버린 꿈이 찬 바람에 흩날리니 그게 당신 머리 하얗게 세어버린 까닭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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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당신은 나를 통해 이르게 끝이 난 사계를 들여다보니 슬퍼하지 말라 하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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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나는 누구보다 눈부신 사계를 살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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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엔 언덕 위로 어떤 꽃들이 피는지.. 여름은 또 얼마나 뜨겁고, 파도는 얼마나 높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