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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고통과 화폐
작성자 postershop (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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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22-03-02 16: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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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02

촌놈이 이제 막 대학생이 되었을 때가 여전히 기억에 남는다. 2월의 고시원 월세가 그렇게 아까웠다. 달력을 보니 알바 날은 눈에 띄게 줄어있었지만, 월세는 딱히 그렇지 않았던 탓이다.


수입은 줄고, 지출은 그대로다. 어리숙하던 당시에는 충분히 비상이라 부를만했다. 이때 시작된 여러 가지 습관들이 여전히 나를 웃게 하는데, 특히 지출을 줄여보고자 가지고 다녔던 천원짜리 도시락은 여전히 잊히지 않는다.


당시 cu에서는 아몬드, 초코맛의 세줄짜리 쿠키를 팔고 있었고, 나는 단지 다른 천원짜리 상품들보다 더 무겁다는 이유로 구매했다. 한줄만 먹어도 나름 포만감도 들고 아침, 점심, 저녁 이렇게 나눠 먹기도 용이했다. 내 생이 길지는 않아도, 이때의 천원만큼 가치 있었던 천원은 없지 않을까.


가진 것을 최대한으로 사용하자. 당연한 말이지만 곱씹을수록 묘하다. 당시 가진 자산이라곤 국가장학금의 존재를 몰라 얼떨결에 생겨버린 첫 학기의 대출금뿐이니. 덕분에 친구들과 우스갯소리로 전 재산이 음수라며 떠든 적이 있는데, 금세 이야기가 옆길 새어 우리가 가진 음수의 자산을 열거하기에 이르렀다. 시간이니, 생명이니 하는 들어봤을 법한 것들 사이로 한 친구가 ‘고통’ 이라 말했다. 곧바로 운동을 간단한 예로, 우리는 고통을 지불하고 건강을 얻는다 일러주었다.


참 간단하고 당연한 말이다. 세상은 무언가를 지불하고 무언가를 얻는 심플한 구조이고 고통이야말로 지불수단 중 꽤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당시 메모장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고통이야말로 가장 알뜰하게 사용해야 하는 화폐이니 기왕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면 가장 효과적으로 고통스러워야 함.


여전히 맞는 말이라 생각한다. 덕분에 여태껏 그때 그 천원보다 더 잘 써보고자 안간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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