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지난번 편지에 생일을 싫어한다고 말씀 드렸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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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은 그즈음의 내 기분이야 어떻든 꼭 기쁜 사람이 되어야하니 그게 무척이나 벅차고 힘들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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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작은 슬픔이라도 슬쩍 내비칠때면 죄책감마저 들고, 기억에 남는 날을 만들어야 한다는 어리숙한 사명감을 쉬이 떨쳐낼 수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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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나는 창밖에 피어난 꽃을 보며 생일을 떠올려요. 생일에는 생일인 사람 다워야하는것 처럼 봄에는 나도 봄 다워야할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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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지나치게 밝은 해를 보면 잠시 눈이 멀듯, 만개한 화사함 앞에 오히려 부끄러움을 느끼는 나는 이상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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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빛은 닿는 곳의 색을 더 선명하게 만들기 위해 그림자 지는 곳의 색을 빌려오는게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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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담 봄이 더 짙어질수록 내 방의 색은 더 옅어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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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년 난춘(亂春)이라는 곡에 이런 가사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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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살아내고 우리 내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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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로 가면, 오늘보다 더 옅어진 나를 당신은 단번에 찾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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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당신도 회색 방에 누워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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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써 창을 가려두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