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아드네는 테세우스가 미궁에서 길을 잃지 않고 돌아오기를 바라며 그에게 아주 긴 실을 쥐여주었습니다. 그 덕에 미노타우로스를 무찌른 테세우스는 풀어진 실들을 따라 미궁을 벗어났고, 무사히 아리아드네와 만날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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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게 하나 없는 이야기지만, 어릴 적 들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의 이야기입니다. 훌쩍 커버린 지금은 하루하루가 미궁 같고, 모든 게 미노타우로스처럼 느껴지기 때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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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하루도 쉬지 않고 나아가지만, 오히려 점점 길을 잃어버리는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할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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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꽤 오래전, 여러분께 같은 질문을 했던 때가 있습니다.그때 여러분은 귀여운 것을 보거나, 샤워하고, 노래를 크게 불러보고, 단것을 먹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괜히 전화한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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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뭇 진지하고 거무죽죽한 질문에도 이렇게 맑은 구름을 닮은 답을 해주시니, 당시의 저는 얼마나 위로를 받았는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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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우리에게 아리아드네의 실은 꼭 하나일 필요도 없고, 또 대단한 무언가가 아니어도 괜찮음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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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제가 지금껏 모아온 사진들과 적어보는 작은 글들도 여러분께 작은 실이 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