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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스윙바이 (swingby).
작성자 postershop (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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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22-03-02 16: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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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239

제가 태어나기도 수십 년 전, 우주 먼 곳으로 쏘아 올려진 탐사선의 이름은 여행객, 보이저 (Voyager)입니다.

이 여행객이 향하는 목적지는 ‘가능한 먼 곳’ 이고, 놀랍게도 여행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1977년도에 쏘아 올려진 후 목성과 토성을 거쳐, 지난 2005년에는 태양계를 벗어났습니다. 올해로 그가 지나온 거리는 무려 200억km를 훌쩍 넘게 됩니다. 이는 그가 얼마나 긴 시간 빠르게 나아갔을지 짐작하게 할 뿐, 지나치게 큰 숫자들은 길게 나열해보아도 실감이 잘 안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 시간에도 멈추지 않고 더 먼 곳으로 나아가고 있는 그를 상상하자면 어느새 한가지 궁금증이 생깁니다. 그는 어떻게 저리 작은 몸집으로 아주 먼 거리를 여행할 수 있었을까요.

(심지어 스스로 가지고 있는 연료의 대부분은 지구와의 통신을 위해서만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그는 출발하기 전, 더 먼 곳으로 향해야 하는 여행의 목표를 위해 처음 스윙바이 (swingby) 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스윙바이란 쉽게 말해 진행 방향 앞에 놓인 행성들의 중력을 추진력에 이용하는 것을 뜻합니다. 행성이 내뿜는 거대한 중력에 아슬아슬하게 빨려 들어가다 행성의 공전 에너지를 새로운 연료 삼아 진입 전보다 더 빠른 속력을 내고 끝내 다시 튕겨 나오게 됩니다. 마치 투포환이 던져지는 장면이 생각납니다.

자칫하면 행성의 중력을 탈출하지 못할 수 있으니 분명 꽤 위험한 방법입니다. 하지만 궤도가 정확하다면 별다른 연료 없이도 이전과 몇 배에 달하는 속도를 얻게 됩니다.

이쯤에서는 모두 예상하셨겠지만, 그의 계산은 다행히 정확했습니다. 그는 처음 지나는 행성인 목성과 토성을 지나며 두 번의 성공적인 스윙 바이를 해냈고, 덕분에 큰 연료 소모 없이 지금껏 아주 빠른 속도로 여행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이름부터 참 경쾌하고 좋습니다. 스윙바이. 한참동안 삶을 나아가는 데에 연료 부족이라 느끼고 있었던 터라 더욱 좋아할 수밖에 없었던 아이디어입니다.

맞습니다. 우리도 삶의 여행자로서 여태 짧지 않은 시간 자신만의 여행을 해오고 있습니다. 또, 한 번뿐인 기나긴 여행이니만큼 목적지 역시 꽤 먼 곳에 있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눈에 보이지 않는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음을 압니다. 날마다 쉼 없이 걷지만 좀처럼 가까워지지 않는 것 같아 발걸음은 불안합니다. 가끔 지칠 대로 지쳐버린 날에는 ‘이게 다 뭐라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집니다.

그러니 이제 우리도 보이저호처럼 스윙바이, 하면 좋겠습니다.

살펴보면 삶에도 행성의 중력을 꼭 빼닮은 것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욕구’를 좋은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여태 터부시해왔지만, 사실 욕구만큼 중력을 닮은 게 또 있을까요. 자연적으로 생겨나, 우리를 강하게 끌어당기는 것까지 꼭 빼닮아있습니다.

지나치게 다가가면 그 주위를 오랜 시간 맴돌아야 할 지 모르지만, 긴 여행을 쉬이 지치지 않고 이어가게 해줄 수 있는 충분한 에너지원이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불을 다루기 시작하며 많은 것들이 가능해진 것과 같이, 욕구도 자신을 위해 자유로이 다룰 수 있다면 우리 삶은 어떻게 바뀌게 될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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