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태어나기도 수십 년 전, 우주 먼 곳으로 쏘아 올려진 탐사선의 이름은 여행객, 보이저 (Voyager)입니다.
⠀
이 여행객이 향하는 목적지는 ‘가능한 먼 곳’ 이고, 놀랍게도 여행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1977년도에 쏘아 올려진 후 목성과 토성을 거쳐, 지난 2005년에는 태양계를 벗어났습니다. 올해로 그가 지나온 거리는 무려 200억km를 훌쩍 넘게 됩니다. 이는 그가 얼마나 긴 시간 빠르게 나아갔을지 짐작하게 할 뿐, 지나치게 큰 숫자들은 길게 나열해보아도 실감이 잘 안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
이 시간에도 멈추지 않고 더 먼 곳으로 나아가고 있는 그를 상상하자면 어느새 한가지 궁금증이 생깁니다. 그는 어떻게 저리 작은 몸집으로 아주 먼 거리를 여행할 수 있었을까요.
⠀
(심지어 스스로 가지고 있는 연료의 대부분은 지구와의 통신을 위해서만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
그는 출발하기 전, 더 먼 곳으로 향해야 하는 여행의 목표를 위해 처음 스윙바이 (swingby) 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
스윙바이란 쉽게 말해 진행 방향 앞에 놓인 행성들의 중력을 추진력에 이용하는 것을 뜻합니다. 행성이 내뿜는 거대한 중력에 아슬아슬하게 빨려 들어가다 행성의 공전 에너지를 새로운 연료 삼아 진입 전보다 더 빠른 속력을 내고 끝내 다시 튕겨 나오게 됩니다. 마치 투포환이 던져지는 장면이 생각납니다.
⠀
자칫하면 행성의 중력을 탈출하지 못할 수 있으니 분명 꽤 위험한 방법입니다. 하지만 궤도가 정확하다면 별다른 연료 없이도 이전과 몇 배에 달하는 속도를 얻게 됩니다.
⠀
이쯤에서는 모두 예상하셨겠지만, 그의 계산은 다행히 정확했습니다. 그는 처음 지나는 행성인 목성과 토성을 지나며 두 번의 성공적인 스윙 바이를 해냈고, 덕분에 큰 연료 소모 없이 지금껏 아주 빠른 속도로 여행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
이름부터 참 경쾌하고 좋습니다. 스윙바이. 한참동안 삶을 나아가는 데에 연료 부족이라 느끼고 있었던 터라 더욱 좋아할 수밖에 없었던 아이디어입니다.
⠀
맞습니다. 우리도 삶의 여행자로서 여태 짧지 않은 시간 자신만의 여행을 해오고 있습니다. 또, 한 번뿐인 기나긴 여행이니만큼 목적지 역시 꽤 먼 곳에 있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눈에 보이지 않는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음을 압니다. 날마다 쉼 없이 걷지만 좀처럼 가까워지지 않는 것 같아 발걸음은 불안합니다. 가끔 지칠 대로 지쳐버린 날에는 ‘이게 다 뭐라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집니다.
⠀
그러니 이제 우리도 보이저호처럼 스윙바이, 하면 좋겠습니다.
⠀
살펴보면 삶에도 행성의 중력을 꼭 빼닮은 것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
‘욕구’를 좋은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여태 터부시해왔지만, 사실 욕구만큼 중력을 닮은 게 또 있을까요. 자연적으로 생겨나, 우리를 강하게 끌어당기는 것까지 꼭 빼닮아있습니다.
⠀
지나치게 다가가면 그 주위를 오랜 시간 맴돌아야 할 지 모르지만, 긴 여행을 쉬이 지치지 않고 이어가게 해줄 수 있는 충분한 에너지원이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
불을 다루기 시작하며 많은 것들이 가능해진 것과 같이, 욕구도 자신을 위해 자유로이 다룰 수 있다면 우리 삶은 어떻게 바뀌게 될지 궁금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