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 내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면 곧잘 망치를 질투하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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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망치는 쓸모가 있으니까요. 못을 박고 있는 망치는 정말 행복해 보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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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내가 망치가 되어 못을 박다 보면 나도 행복해질까요? 어떻게든 못이 다 박히기만 한다면, 상처 조금 나는 것이야 아무렇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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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의 공백을 견디지 못했던 저는 이런 우스운 생각을 많이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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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를 돌아보면 모든 게 쓸모를 가지고 태어난 것들뿐이니 그럴 수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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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물며 거리에 버려진 커피 캔조차 어느새 담배꽁초를 차곡차곡 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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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상하게도 뚜렷하게 무언가 되고 싶다고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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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를 찾으며 그렇게 괴로워하면서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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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제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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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는 소리 같지만 저는 아무래도 쓸모있는 망치가 되고 싶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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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망치가 되면, 많은 시간이 지나도 끝내 더 나은 망치가 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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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끝끝내 가장 못을 잘 박는 망치가 되었는데 어디에도 박을 못이 없다면 난 무엇인가요? 그때에도 나는 망치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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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필요하다면 잠시 망치가 될 수 있지만, 망치는 내가 될 수 없는데 왜 그렇게 부러워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