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태어나는 모든 것들이 너와 생일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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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될 수 있다면 한번 죽고 다시 네 생일에 맞춰 태어나 사랑스러워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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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버릇처럼 유난스러운 것 없다 하지만, 이런 구실이라도 없으면 너는 이런 작은 편지에도 괜히 미안해할 걸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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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게 다가오는 모든 친절을 곱씹으며 구태여 이유를 찾으려 할 것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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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말주변이 없는 탓에 그냥 너니까, 하고 마는데 쑥스러워 애써 땅을 보는 네가 나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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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들이 메아리처럼 너로부터 시작해 다시 너에게로 도착한 것일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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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토록 기쁜 오늘도 걱정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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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기 옆으로는 더 따듯한 것이 아닌, 온기가 필요한 것들이 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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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지나가는 이라도 추위에 떨 거든 넌 네 곳은 심지를 열심히도 태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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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정작 본인에게 긴 겨울이 찾아오거든 훅 꺼져버리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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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건대, 나는 사실 온기를 나누어 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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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 온기가 필요한 것 중 하나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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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언젠가 네게도 극야(極夜)가 찾아왔을 때 서투른 나의 온기가 너에게 닿지 못할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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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네가 숲을 좋아하는 걸 알게 된 몇 해 전부터는 허락하는 시간 동안 계속 나무를 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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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심지가 다 타버리기 전에 나무가 조금이라도 더 자라 널 기쁘게 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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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지칠 때가 오거든 내게 숲에 가자고 한마디만 해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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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닮아 엉성하게 자란 나무들과 작은 들꽃들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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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자라고 있는 선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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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좋아해 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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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축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