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guage

현재 위치
  1. 게시판
  2. 편지 읽기

편지 읽기

편지를 읽어주세요.

게시판 상세
제목 피어나는 꽃이 아니라 지는 꽃에도 기뻐합시다.
작성자 postershop (ip:)
  • 평점 0점  
  • 작성일 2022-03-02 16:26:36
  • 추천 추천하기
  • 조회수 160

아, 지난봄과 여름은 정말 보잘것없었네요.

그날 눈이 다 멀거든 주저 없이 죽겠다 한 것은 미안합니다.

무어라 말도 안 하고 울기만 하는 것이 괜히 미워서 그런 것뿐이에요.

이제 눈으로는 못 볼 텐데, 매일 울기만 하면 소리로도 당신 만나지 못하고 영영 잃어버리는 셈이니까.

그래. 오랜만에 본 나는 어땠나요. 옷이 우스꽝스럽지는 않았나요. 외투를 뒤집어 입고 있지는 않던가요. 양말은 짝이 잘 맞던가요.

벌써 몇 달이나 옷들의 위치와 순서를 정하고, 애써 외웠는데 여전히 자신이 없습니다.

이 작은 방에도 기억해둬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지만, 대신 나는 책상 앞을 떠나지 않았어요.

앞으로 쓰지 못할 편지들을 미리 써 두고 싶었나 봅니다.

못난 글씨로 쓰인 어설픈 위로지만 분명 필요할 때가 있지 않을까 하고요.

그것도 아니면 당신 날 떠나고 싶은 마음도 불쑥 찾아올 거라고.

그런 날들이 속수무책 찾아올 때 하나씩 꺼내어 보라고..

꽤 담담하게 써두었지만, 사실 어찌나 무섭던지요.

머지않아 한데 모아 소포로 보낼게요. 한 번에 다 읽어버리지만 말아 주세요.

이런 내가 조금이라도 기특하다 생각 들거든 작은 부탁 하나 들어줄래요.

우리 매년 강둑에서 터트리던 작은 폭죽을 기억하시겠죠.

다만 이번에는 아주, 아주 큰 폭죽을 준비해주세요.

…- 하고 터지거든 눈을 감아도 보일 만큼 밝게 빛나는.

하나 비[花火].

일본어로 하나는 꽃이고- 비는 죽음 이래요.

그러니까 불꽃놀이라는 건, 꽃이 죽는 모습을 보며 손뼉을 치는 거에요.

피어나는 꽃이 아니라 지는 꽃에도 기뻐하는 게 나는 좋아요.

내가 마지막으로 보는 꽃이 그런 꽃들 중 가장 아름다웠으면 해요…


첨부파일
비밀번호 수정 및 삭제하려면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댓글 수정

비밀번호 :

/ byte

비밀번호 : 확인 취소

WORLD SHIPPING

PLEASE SELECT THE DESTINATION COUNTRY AND LANGUAGE :

GO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