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무얼 하고 있니? 하고 어르신께서 물어본 적이 있는데, 이상하게도 말문이 턱 막히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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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고, 글을 쓴답니다. 하고 한참을 에둘러 말하고 나니 그날 밤은 열병을 앓는 양 베갯잇을 땀으로 흠뻑 젖히고도 잠에 들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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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각주와 말들로 살을 붙여야만 설명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왜인지 부끄러울 따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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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지금 여러분이 저에게 요즘 무얼 하고 있니? 하고 한 번 더 물어주신다면 이제는 쉬이 답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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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쭈물, 입을 열기까지 필요한 시간이야 비슷할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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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제 답은 꽤 가볍고- 제법 마음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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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배원을 하고 있다고. 벌써 꽤 많은 분께 편지를 전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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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돌아봐도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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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사진도, 글도 이야기를 담는 종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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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위로 쓰인 색과 단어들은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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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빛은 어딘가에 닿지 못하면 하얗게 바랠 뿐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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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들도 누군가 소리 내 읽어주지 않으면 잊히기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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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는 이- 아래 무엇도 적혀있지 않은 편지가 반송되는 것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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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저 혼자 집배원이란 말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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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야말로 편지를 받고, 또 답장을 써 다른 이에게 전하니 집배원이 아닐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