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이 몇 개의 향수를 다 써버린 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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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같은 향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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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해와 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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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향을 맡았을 때엔- 향수를 모두 쏟아 온몸 적시고 당신 꼭 껴안으면 그 뿌리를 내게도 조금은 내려주지는 않을까, 하는 우스운 생각을 했던 게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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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려나무를 닮은 당신이 내 곁에 머물기를 바랐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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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내일입니다. 처음 약속처럼 떠나시는 날이니 나 향수에 잠겨 죽을 수 있다면 그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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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가시던 부신 해와 무른 흙을 만나 저를 그리워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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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