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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랑은 아무 날도 아닌데 갑작스럽게
작성자 postershop (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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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22-03-02 16:3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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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363

어느 날부터였을까요.


살갗 위로 해가 닿거든 금세 벌겋게 달아올랐습니다. 그 위로 잡히는 물집은 쓰라렸습니다.


당신은 날 보면 환한 하지가 떠오른다 했지만, 애석하게도 나는 그날로 가장 긴 동짓날이 되어버렸습니다.


원망스러운 나머지 '해는 왜 나를 버렸나요?' 하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해가 마음이 넓어, 잠시 달에게 빌려준 것이라고.


어여쁜 말입니다.


그런 어여쁜 말만 남기고 떠난 당신은 분명 백야가 쉼 없이 이어지는 어딘가에 있겠지요. 이해합니다. 항상 당신 주변은 빛나는 것들 투성이였으니까요.


새벽보다 검은 글자로 써진 편지가 당신께 흩어지지 않고 닿을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극야에서는 모든 게 서툴기만 했습니다.


모든 창문을 가리는 데에 며칠이나 걸렸습니다. 밤에는 찬 바람마저 숨죽이는데, 시계만 혼자 요란합니다.


그 소리에 숨어 많이도 울었습니다.


머지않아 함께 붙인 야광별마저 닳고 닳아 빛을 내지 않으니, 대신 미운 마음이 벌겋게 달아올라 빛을 내더랍니다.


혹여 이 빛이 새어 당신께 닿지는 않을까 애써 창문을 한 겹 더 가리곤 했습니다.


밤이 어두워야 하늘 위로 희미한 빛 찾아볼 수 있듯, 지난 기억들 조금도 잊지 않으려 더 짙은 새벽에만 눈을 떴습니다.


몇 해 동안이나 검은 하늘 위로 하얀 당신 떠올렸다는 말입니다, 어제도 그리하였습니다.


다만 한 가지 다른 것이 있었습니다. 바깥 공기가 절실해 커튼을 거두고 창을 열 심산이었습니다.


왼걸요. 창을 젖히니 익숙한 검은 밤이 아닌 눈이 멀 정도로 부신 빛이 밀려 들어오더랍니다.


서둘러 손으로 얼굴 가리고 창을 닫았습니다. 무척 당황스러웠습니다.


어찌 된 일인지 알아보려 했지만, 눈은 이미 낮이 반가웠던 모양인지 쉬이 밤으로 돌아가려 하지 않았습니다.


하얀.. 눈보다 하얀 잔상만 아른거려 무엇도 보이지 않았지만 나는 금세 알았습니다.


매일 틱, 틱, 소리 내던 시계의 초침 소리가 멎었다는 걸요.


덕분에 잠시나마 해와 만날 수 있었지만, 재회의 기쁨보다도 곧 다가올 아픔이 무서웠습니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하루가 다 지나도.. 편지를 적고 있는 지금도 나는 아무렇지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길고 길었던 동짓날도 이제는 끝인가 봅니다.


오늘은 이상하게 당신 얼굴이 잘 기억나지가 않습니다.


이제 그만 커튼을 걷겠습니다.


아, 개운한 아침입니다.


-

이별은 누구에게나 긴 밤을 선물하고, 사랑은 아무 날도 아닌데 갑작스럽게 찾아오길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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